우리나라 출산율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05년 1.08명으로 세계 유례가 없는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후, 다행히 지난해는 1.23명의 출산율로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리막길을 달리던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는 상황이다. 다리에 힘만 조금 빼도 다시 자동차는 내리막길로 달릴 기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면서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출생아수는 3만9,700명으로 18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중 둘째아 출산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임신을 결정하고 출산의 결단을 내려준 부부들, 특히 우리나라 엄마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가족친화적이지 못한 직장환경 속에서도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해준 워킹맘과, 남편의 장시간 근로로 인해 육아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려운 결단을 해준 전업주부 모두의 공로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통계 사이에서 출산율 회복 전망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있다.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짐에 따라 나이 많은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1.8세, 여자 28.9세로 1983년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혼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출산연령이 늦어져 첫째아 출산 후 둘째 출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다. 며칠 전 사석에서 30대 후반의 워킹맘이 둘째 출산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봤다. 출산으로 인해 직장에서 인사상의 불이익이 생긴다면 이는 얼마든지 감내하고 출산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막상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에는 불안하고 출산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30대 후반 여성의 출산이 10년 사이에 두 배 정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 한해 임신ㆍ출산 여성에게 발급하는 고운맘카드 발급자 중 35세 이상이 4명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많은 산모가 젊은 임산부에 비해 각종 합병증과 조산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부분이 정부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임신단계에서부터 임산부의 건강관리를 위해 철분제ㆍ엽산제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고위험 분만과 저체중ㆍ미숙아 치료를 위한 고위험분만통합치료센터를 설치하고 지원하려고 한다. 또한, 긴급한 간호가 필요한 신생아를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대학병원내 신생아 집중치료실 설치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농어촌 등 분만이 어려운 취약지역에 산부인과 설립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을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가 가능한 지역 중심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면 인구과밀 문제가 완화되고 대입ㆍ취업경쟁도 약해져 오히려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등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는 인구구조의 고령화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2050년경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꾸준한 재정투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 모범국가들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충분치 않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하는 건 자명하다.
박용주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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