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파고가 대서양을 건너 미 뉴욕 월가를 강타했다.
선물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미 선물중개업체 MF글로벌이 유럽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했다 엄청난 손실을 입고 31일 뉴욕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파산보호 자산은 410억 5,000만달러로 이 중 부채는 396억8,000만 달러다. 파산보호 신청 규모가 역대 8위에 해당하고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대여서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나온다. MF글로벌은 유럽 위기 이후 무너진 첫 번째 미 금융회사다. 파산보호는 기업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 과정을 밟는 절차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MF글로벌이 몰락한 것은 이율이 낮은 미 국채 대신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 채권에 62억9,000만달러를 집중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어서다. 지난주 MF글로벌은 2분기 1억8,66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66% 추락했다. 이어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본드)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고, 회사 매각 협상마저 실패했다.
MF글로벌 사태는 이 회사의 무담보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형은행의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JP 모건체이스는 무려 8억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고,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가디언 생명보험 등도 주채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31일 뉴욕증시는 뱅크오브아메리카(-4.5%), 씨티(-5.5%), 모건스탠리(-5.5%) 등 금융주가 폭락했다. 베어스턴스, 페니 메이, 프레디맥의 위기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졌던 2008년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나, MF글로벌은 중개업체일 뿐이어서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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