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두천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한 미군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박인식)는 1일 여고생 A(16)양을 성폭행 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도강간)로 구속기소된 미군 제2사단 소속 K(21) 이병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및 신상정보 10년 간 공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새벽에 고시텔에 침입해 3시간에 걸쳐 가학적ㆍ변태적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동안 피해자는 편안히 지내야 할 주거지에서 공포에 떨며 성적 모멸감을 겪었다”며 “범행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미군 성폭행범에게 선고된 징역 10년은 2001년 한ㆍ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2차 개정 이후 가장 무거운 형이다. 미군 범죄 전체를 따져도 1992년 발생한 윤금이 살해 사건 이후 가장 엄한 처벌이다. 윤금이 사건 때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는 징역 15년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15년 형이 확정됐다.
중형 선고의 배경에는 미군 성범죄 처벌에 대한 법원의 강한 의지가 투영됐다. SOFA를 재개정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며 수사와 재판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건 발생부터 기소까지 걸린 기간이 12일로 미군범죄 사상 가장 빨랐고, 구형은 기소 뒤 15일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K이병이 이전 미군범죄와 달리 사건 초기부터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지만 1심 법원은 사건 발생 38일 만에 중형을 선고했다.
K이병은 올해 9월 24일 오전 4시20분쯤 술에 취해 동두천 시내의 한 고시텔에 들어가 A양을 흉기로 위협해 수 차례 성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뒤 현금 5,000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의정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의정부=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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