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발언이 협정 체결 당시와 크게 달라져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7년 집권 여당으로서 미국과 FTA 체결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야권 공조와 맞물려 FTA 비준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먼저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 당시인 2006년 12월 "한미 FTA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크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2007년 4월 FTA 협상이 타결되자 성명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비준절차를 마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이던 작년 12월에는 "한미 FTA는 국가의 장래를 해치는 일"이라는 반박 성명을 냈고, 올해 5월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잘못된 재협상을 철회하고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 10월 "개방의 파고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왔다. 수세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월 "민주당은 한미 FTA를 시작한 책임을 가진 정당이다. 속죄하는 의미에서 다른 정당 및 시민사회와 연대해 비준 저지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야당 시절에는 FTA에 대해 신중론을 펼친 바 있다. 홍준표 대표는 2007년 5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FTA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어떻게 보면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 이런 협상은 해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FTA 재협상'이란 변수가 입장 변화의 한 요인이긴 하지만, 정치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신의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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