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야권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사이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잠정 합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은 "민주당이 야권공조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향후 야권통합과 연계시킬 뜻까지 내비쳤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원내대표가 재재협상과 19대 국회 처리라는 야당 대표들의 합의 사항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여야정 합의문은 핵심 문제를 비켜간 누더기 합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야5당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야당 공조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이어 최고위원과 의원단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야5당의 노력에 균열이 생겼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단합된 야권연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당초 야5당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나는 대로 '한미 FTA 공조를 위한 야5당 합동 의총'을 개최해 공동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 의총이 길어지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ISD 합의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김 원내대표 측은 "ISD 조항은 여야가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논의한 것에 불과하며 당내 추인 과정에서 부결되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측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ISD 폐기라는 사실상의 당론을 무시하고 ISD 처리를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지도부가 야권통합에만 매몰돼 현실성 없는 재재협상에 매달리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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