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ROBODOC)'. 이 로봇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까지 받았다. 이 로봇의 본체와 제어기 등 핵심장치를 개발한 업체는 현대중공업이다. 세계 1위의 조선업체가 의료용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현대중공업은 로봇 사업과 아주 밀접한 회사다. 의료용 로봇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이미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4년 산업용 로봇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시장의 40%, 세계 시장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제 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회사이름 자체가 '중후장대'의 상징인 중공업으로 되어 있고 또 조선 쪽 경쟁력이 워낙 강해서 그렇지, 현대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뜻 밖의 비즈니스가 상당히 많다.
로봇이 그 대표적 사업이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서울아산병원과 의료로봇 및 의료기기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양 측은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 의료진과 현대중공업 기술직 30명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실을 개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협동연구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산병원은 2007년 로봇수술센터 개원 이래 지금까지 2,500회의 로봇수술을 시행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로봇기술력과 아산병원의 임상경험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는 세계 인공관절 수술로봇 시장의 6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이 로봇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자원 개발. 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로부터 해외 자원개발사업 부분을 독립시켜 현대자원개발을 설립, 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각종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핀란드 전력회사인 ´피니시파워´와 16㎿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계약을 체결, 세계 최대 풍력시장인 유럽에도 진출했다.
식량 자원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러시아 연해주에 '현대하롤농장'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역시 연해주 미하일로프카 지역에 영농법인 '현대미하일로프카농장'을 설립했다. 이 농장에선 내년부터 콩 4,000톤과 밀 2,000톤, 귀리 1,000톤 등 총 7,000톤의 곡물이 생산된다. 이미 설립된 현대하롤농장에서도 콩과 옥수수 등 7,800여톤의 곡물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조선 이외의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건, 조선에만 의존하는 사업구조로는 취약성을 지닐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 아무리 세계 1위 조선업체라 해도 시장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창출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때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총 매출액의 35% 정도만이 조선 부문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3분의2는 해양 개발, 플랜트, 전기전자 등에서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더 이상 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면서 "조선도 저부가가치 선박은 더 이상 만들지 않고 해양 구조물 등 부가가치 높은 쪽으로 전환한 상태로 앞으로는 태양광, 에너지, 로봇 사업 등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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