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처리 문제를 놓고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잠정 합의했다가 내부 반발에 따라 이를 번복하자, 한나라당은 31일 "민주당이 올 들어 연속 세 차례나 여야 합의에 대해 번복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새벽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 여야정 대표들이 모여 ISD 절충안에 합의한 것이 민주당 강경파들에 의해 좌초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해 놓으면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해 번번히 합의 자체를 무효화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원내대표를 왜 뽑았느냐"고 불평했다.
실제 올해 5월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ㆍ유럽연합(EU) FTA 비준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여야 합의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딪혀 여야 합의 처리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6월에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만나 KBS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 추가 심의를 거쳐 해당 상임위인 문방위에서 표결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도 역시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를 비난하며 합의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등 군소 야당들도 민주당 강경파 쪽을 거들며 김 원내대표를 몰아세웠다. 이 법안은 아직도 문방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리고 4개월 여 만인 이날 ISD 처리에 대한 잠정 합의도 무효화하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여야 합의라는 원칙을 모르는 3류 정치" "허수아비 야당 원내대표단과는 아예 상대도 하지 말자"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한 의원은 "여당과 합의하고 뒤돌아가서는 자신의 당 내부가 반발한다고 스스로 합의 내용을 번복하는 원내대표가 어디 있느냐"라면서 "이는 여당과 상대하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당 내부 의견에 따라 조종되는 원내대리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