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줄줄이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연간 6조원을 넘어서자 고객들의 시선이 차가워진데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수수료 인하 검토에 나서자 구색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주식 거래수수료는 이미 최저 수준이고 인하 기간도 한시적이라 고객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회원사(증권사) 거래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이후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즉각 반응이 나왔다. 이날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은 11월 1일부터 연말까지 주식, 지수선물, 지수옵션 매매 수수료를 내리기로 했다. 인하 폭은 주식 0.004623~0.0054%포인트, 지수선물 0.0003036~0.00044%포인트, 지수옵션 0.012654~0.013%포인트 등이다. 이들은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수수료 인하 분을 100% 반영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도 수수료를 내릴 예정이다.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은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연말까지만 하는 단기 이벤트엔 참여하지 않고 펀드수수료, 고객예탁금 이용료, 신용거래 수수료 인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2006~2010년 국내 63개 증권사들의 전체 수수료 수익은 연간 6조~9조원에 달했다. 이중 주식 위탁매매 등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받는 수탁수수료는 5년간 연 평균 5조2,563억원이었는데, 상위 10개사가 절반 이상(3조원)을 차지했다. 펀드 취급 수수료로도 매년 8,036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증권업계는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는 거의 제로 수준(최저 0.011~0.015%)이지만 거래 규모 자체가 갈수록 늘어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고 항변한다. 또 "수수료보다는 더 큰 비용이 발생하는 거래세 부담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게 고객에게 유리하다"며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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