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돼지의 췌도를 이식해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나타날 경우 국내에만 35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팀은 "돼지 췌도를 이식한 후 당뇨병 원숭이의 체내 혈당 수치가 450㎎/㎗에서 정상인 80~90㎎/㎗로 떨어졌으며, 면역거부반응 없이 7개월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10월 24일자에 소개됐다.
췌도(膵島ㆍ랑게르한스섬)는 췌장 안에 섬 모양으로 모여있는 내분비선 세포의 집합체로, 인슐린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과 장기가 가장 유사한 돼지의 췌도 이식은 소아 및 성인 당뇨병의 치료법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면역세포가 이식한 장기를 '적군'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에는 면역억제물질 6가지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방법 등을 썼는데, 이 경우 면역세포가 모두 기능을 잃어 감기 바이러스만 침입해도 생명에 위협이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박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면역조절항체(MD-3)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이 당뇨병 원숭이에게 췌도 이식 전후 MD-3와 2종의 보조억제제를 섞은 새로운 면역억제제를 주기적으로 투입한 결과 면역거부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췌도 이식 4개월 후 면역억제제 투입을 중단했는데도 면역거부반응 없이 이식 췌도에서 정상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돼 원숭이의 혈당이 정상치를 유지했다. 박 교수는 "면역억제제 투여를 멈춘 뒤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건 동종간 이식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며 이종(異種)간 장기이식에서는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그간 장기이식 분야의 난제로 꼽혔던 면역거부반응을 넘어섰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이 이식 실험한 원숭이 8마리 가운데 4마리가 정상 혈당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중 이식 수술 후 7개월째인 한 마리가 면역억제제 투여 중단 이후에도 정상치를 보이고 있고, 나머지 세 마리는 이식한 지 각각 1~4개월이어서 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규정에 따라 4마리 모두 6개월 이상 정상수치를 보이는 시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은영 교육과학기술부 미래기술과장은 "전문가와 협의해 이번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