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항공기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ETS) 시행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EU는 2008년 유럽항공운항지침(EAD)을 개정, 내년부터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사들에게 ETS를 적용할 예정이다. ETS는 각 항공사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한 뒤, 배출 상한선을 초과하는 항공사는 다른 항공사에게서 배출권을 사거나 EU에 추가 할당량을 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1톤당 100유로(15만5,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 등 비 유럽국가들은 "비회원국 항공사까지 ETS를 적용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하원에서 자국 항공사에 ETS를 강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EU와 대립각을 세웠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 유럽 회원국들도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ICAO 이사회를 앞두고 36개 이사국 중 26개 비유럽 회원국이 EU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 제기할 것이라고 ICAO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보고서는 "EU 조치는 항공기 운항에 중대한 도전과 위험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코니 헤데가르트 EU 기후변화 담당 집행위원은 "항공업계의 배출가스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도 부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TS로 항공업계의 무역분쟁이 시작됐다"고 30일 전했다.
비용도 논란거리다. 항공업계는 내년에만 11억유로(1조7,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겨 승객의 부담이 크게 늘 것이란 주장이지만, EU는 부담이 승객당 2~12유로 느는데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EU 규정대로면 항공사의 추가 부담은 2020년 기준 매출의 0.5%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TS는 예정대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ICAO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유럽사법재판소(ECJ)도 EU 조치가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ECJ는 미국과 캐나다 항공사들이 "ETS는 주권침해이자 국제항공 조약에 어긋난다"며 제소하자 이달 초 "다른 나라의 주권이나 국제법으로 보장된 운항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EU의 손을 들어줬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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