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유치원' 진학상담 선생님 일수꾼(최효종)에게는 어려운 일이 없다. 대기업 취직은 SKY대학만 나오면 된다. 하나도 아닌 셋이니 얼마나 쉬운가. 선생님이 되어서 예쁜 내 집 장만하기도 쉽다.'조금만'열심히 공부해 교대에 가면 된다. 등록금도 1년 동안 휴학하고 알바로 편의점에서 바코드 찍고 물건 값만 계산해주면 마련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는 대형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으로 7년 동안 샐러드나 고구마만 먹고 춤 연습만 하면 된다. 행복한 결혼도 간단하다. 아버지가 장ㆍ차관이나 대기업 임원, 은행지점장 이상이면 '만점'이다.
■ 반면'비상대책위원회' 경찰간부(김원효)는 무조건 "안돼"이다. 10분 후에 범인이 빌딩, 공항, 다리, 유치원, 지하철, 찜질방, 학교를 폭파 또는 독가스 살포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명색이 국가비상대책위원회 본부장이 온갖 변명만 늘어놓기에 바쁘다. 방독면을 구하기 위해 결재를 올려봤자 모두 소관부처가 아니라고 뺑뺑이 돌릴 게 뻔하며, 마트에 생필품 사러 가려면 주차장에서부터 온갖 사람들이 시간을 끌게 만들고, 대피명령을 내려도 오히려 폭탄보다 무서운 여고생들이 짜증내거나 콧방귀만 뀌며 째려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식이다.
■ 시청률 22.5%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 의 코너들이다. 젊은이들은 물론 40,50대까지 일상에서"안돼"와 "어렵지 않아요"를 유행처럼 반복한다. 애매한 것들의 기준을 정해주는'애정남'과 사람의 속마음을 비춰보는'불편한 진실', 그리고 '사마귀 유치원'에서 박성호의 뻔뻔한 어른 모방하기도 이에 못지않다. 정치, 사회, 세태, 인간 심리에 대한 풍자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고 통쾌하기 때문이다. 직설과 은유를 적절히 섞어가며 청년실업, 등록금, 결혼과 선거풍토, 책임 회피, 이기심을 거침없이 고발한다. 개그콘서트>
■ <개그콘서트> 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열광은 다름아닌'공감'이다. <공감의 시대> 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의 말처럼 <개그콘서트> 는 적극적인 참여로 기꺼이 그들의 일부가 되어, 경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고,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것이 위안이고, 소통이다. 청춘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20~40대 반란으로 화들짝 놀란 여당이 고작 내놓은 게 소통 흉내내기다. 모창은 아무리 잘해도 2등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다. "어렵지 않아요"와 "안돼"라는 생각부터 버리지 않는 한 공감은 없다. 개그콘서트> 공감의> 개그콘서트>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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