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현금처럼 쓰는 시대가 되면서 올해 카드 사용액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대란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인데, 역설적으로 카드산업의 3대 주체인 카드사와 소비자, 가맹점은 모두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3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액은 261조7,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39조1,000억원)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카드 사용액이 493조8,000억원이었는데 지금과 같은 증가세라면 올해 500조원 돌파가 확실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상반기 보다 여름 휴가철과 연휴가 몰려 있는 하반기에 신용카드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500조원을 넘으면,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622조9,000억원) 이후 최대치가 된다. 카드도입 초기였던 20년 전(1991년ㆍ13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카드 결제비중도 사상 최대다. 상반기 민간최종소비지출(322조3,000억원) 가운데 카드 사용액 비중이 60.1%나 됐다. 100만원어치를 구매했을 때 6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드의 대중화가 거래 당사자간에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우선 전국 음식점 자영업자들의 집단 시위로 촉발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요구는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 최저 수수료(1.5%)를 적용 받는 주유소를 비롯 그간 업종 최고 수준의 수수료율(4.5%)을 적용 받아온 유흥업계, 고소득 업종인 호텔ㆍ의료계까지 전방위로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2%대에서 1.80% 이하로 하향 조정한 것만으로도 타격이 크다고 불만이다. 이어 영업이익 축소 만회를 내세워 신용카드 부가서비스와 포인트제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및 폐지로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부유층 고객용 카드 서비스는 강화하고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의 혜택은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으면서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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