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또 개입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장관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개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이날 오전 엔화가 달러당 75.32엔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유럽연합(EU)이 27일 그리스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대책에 합의,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됐음에도 엔고가 지속되는 것은 투기세력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즈미 장관은 이날 "(엔고 현상은) 일본의 실물경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해할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엔화는 달러당 79엔대까지 떨어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3월 18, 19일 엔화가 달러당 76엔대로 급등하자 2조5,000억엔을 풀었고, 엔화가 달러당 77엔대를 기록한 8월 4일에는 4조5,000억엔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엔고 지속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생산기반이 붕괴돼 산업공동화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고의 영향으로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력 산업이 한국 기업에 추월되면서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많다. 당장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혀 시장 개입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엔화를 풀고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걱정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고강도 개입에도 불구,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엔화가 달러당 70엔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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