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북 포항의 한우농장에서 올 가을 들어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4월 12일 구제역 경보를 2단계(주의)로 낮추며 사실상 구제역 종식을 선언한지 6개월여만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한우 14마리를 키우는 경북 포항의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와 경상북도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정밀검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14마리 중 1마리가 침 흘림, 식욕저하 등 증세를 보여 농장주가 신고했다"며 "농장 인근에 긴급 방역조치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장 주인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여행했으나 입국 때 공항에서 소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14마리 모두 정부가 실시 중인 백신 3차 접종까지 끝낸 상태다. 돼지의 경우 백신접종을 해도 항체 형성률이 60~80%로 낮지만, 소는 100% 가까이 항체가 형성된다. 문제는 항체가 형성된 소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의과학검역원의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1일 오전 조사결과가 나온다"며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이번 의심신고가 설령 구제역으로 확인되더라도 백신 일제접종을 주기적으로 실시한 만큼 지난 겨울처럼 전국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발표한 4월 이후 최근까지 12차례 의심신고가 접수됐으나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O형)와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구제역이 대유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모두 7가지 유형이 있는데, 정부는 올해 8월까지 O형과 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A형 및 Asia1형 바이러스에 유효한 혼합백신을 접종했다.
따라서 나머지 4개 유형의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그 동안 접종했던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왕래가 빈번한 대만과 중국 등에서 7월과 9월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번에 의심신고를 접수한 농장주도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이에 대해 검역 당국은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이석 부장은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O형, A형, Asia1형 이외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하는 한편, 축산농가들의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무엇보다 축산농가들이 소독을 자주하고, 출입차량 및 가축출하 내역 등을 방역일지에 꼼꼼히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구제역 발병이 확정되면 올 들어 강화된 긴급행동지침을 즉각 적용키로 했다. 만일 구제역 바이러스가 현재 백신을 접종 중인 유형과 같을 경우 해당 농장의 감염 가축만 살처분하지만, 새로운 유형이면 반경 500㎙ 내 모든 가축을 살처분하고 전국적인 48시간 일시 이동제한 조치도 발령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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