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개선문인 알칼라문에 30일 때 아닌 5,000마리의 양떼가 등장했다. 양떼를 몰고 온 주인공은 1273년에 세워진 목동 협의회 대표인 예수 가존. 그는 "마드리드가 대도시가 되기 전에는 가축들을 이동시키며 방목할 수 있었다"며 "빼앗긴 방목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5,000마리의 양과 60마리의 소를 끌고 나왔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스페인의 양치기들은 과거 여름철의 시원한 고지대 목초지에서 겨울이 되면 따뜻한 방목지로 12만5,000㎞에 달하는 이동 방목을 했다. 1418년 양치기 조합이 1년에 두차례 급성장하는 도시를 관통해 가축들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마드리드의 관료들과 체결을 맺으면서 생긴 권리다. 이를 근거로 300~500만명의 양치기들은 수세기 동안 매년 통행료를 내고 이동방목을 해왔다. 가존은 "양치기 대표가 25마라베디(스페인의 옛 금화)를 주고 방목지를 이용했다"며 "일부 이동방목 경로는 800년 이상 매년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립 2세 국왕이 1561년 왕궁을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생긴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이 이동방목의 길목을 가로막으면서 이런 전통은 사라졌다.
이날 양몰이 시위는 양떼들의 이동방목을 보장하라는 요구이지만 사라져가는 이동방목 루트를 보존하는 등 옛 전통을 기념하기 위해 18년 간 계속된 축제이기도 하다. 목축업자 바네사 산체스는 "이날 행사는 마드리드에 이동방목 길이 있었고, 현재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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