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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탓만 하는 한나라당도 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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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탓만 하는 한나라당도 꼴불견

입력
2011.10.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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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한나라당의 비판에 날이 서 있다. 독설 수준이다.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개혁 요구에 대해 딴 사람 얘기하듯 한다"면서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된다는 의미의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더 이상 예의를 지키고 배려할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정두언 의원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청와대 경호처장 임명에 대해 "문책 받은 사람을 다시 쓰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의원들로선 충분히 할 수 있고, 틀린 얘기도 아니다. 안철수 돌풍에 대해 이 대통령이 "올 것이 왔다"면서 "국민은 앞서 가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과 정치의 일차적 책임이 대통령에 있음에도 안철수 돌풍이 자신과는 무관하고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은 유체이탈로 비평 받을 만했다. 보은ㆍ회전문 인사논란을 야기할 어 처장을 서울시장 보선 참패 이후 임명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내곡동 사저 의혹도 한나라당으로서는 화낼 만하다.

그럼에도 영 개운치 않다. 한나라당이 국정과 정치의 한 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게만 책임이 있는 듯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어, 당정회의도 있고 의원들의 입각도 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 간다고 판단했으면, 한나라당은 진작에 경고하고 교정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일반 조직에서도 일이 잘못되면 뒤늦게 남의 잘못을 귀신같이 잡아내 비난함으로써 자신은 책임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런 '네 탓' 신드롬을 보는 것 같다.

만약 한나라당이 제대로 쇄신하고 소통하려 한다면, 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참모들을 만나 무엇을, 어떻게 반성하고 바꾸어야 하는지를 진정으로 논의해야 한다. 과거처럼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능멸하고 탈당을 요구하는 방식은 이제 효과도 없다. 그런 구태를 재연하지 말고 스스로 바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토대 위에서 당정청이 진정으로 소통해 달라진 국정 운영과 정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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