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령부 요원들의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은 분명한 불법인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무사의 사찰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두 번째다. 2009년 경기 평택 쌍용차 파업 관련 집회현장에서 시위대에게 붙잡힌 기무사 신모 대위의 수첩과 동영상에는 민간인 20여명의 행적이 담겨 있었다. 법원은 올해 1월 "피해자들이 수년간 감시를 받았고 사찰 행위가 직무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며 국가가 총 1억2,6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에 규정된 기무의 활동분야는 방첩, 군사보안, 군 또는 군 관련 첩보수집, 안보사범 수사의 네 가지다. 현역 장병, 군무원, 방위산업체 종사자 등을 제외한 민간인은 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기타 필요한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첩보수집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다 보니 법의 한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군 관계자는 31일 "이번은 참 운이 없는 경우다. 적발되지 않은 사찰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민간인이 기무사 요원의 타깃이 되는 것은 기본적인 정보의 획득이 쉽기 때문이다. 구속된 한 원사의 경우 2009년 군 부대 출입을 위해 기광서 조선대 교수의 신원조회를 하면서 그의 개인정보를 확보했고, 이후에도 자료를 폐기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한 국방부 관계자가 "기무요원들은 첩보를 상부에 보고하기 전까지 개인정보를 계속 보유하고 검증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한 원사가 기 교수의 주민번호 등을 김 군무원에게 넘겼기에 해킹이 가능했다.
기무요원들 간 과도한 경쟁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 각지의 군부대에 배치된 기무사 요원은 5,000여명에 달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외부 활동요원과 내부 분석요원이 대략 반반이며 육ㆍ해ㆍ공군 헌병의 수사인력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군 지휘라인과 상관없이 요원들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무사는 헌병요원에 비해 중압감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가 부활되는 등 위상이 강화됐고, 올 2월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잠입사건에 기무사도 관여했던 사실에서 보듯 국정원과의 알력도 심한 상황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기무 부사관이 일선 사단장을 맡을 정도(로 책임범위가 넓다)"라며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일어나는 어느 작은 것 하나 놓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기 교수에 대한 사찰이 사안이 중요해서라기보다 요원 간 경쟁과 통상적인 관심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다. 광주 기무부대의 방첩요원은 20여명 선으로 전해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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