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10월 30일 밤 11시 58분(현지시간) 태어난 다니카 메이 카마초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세상과 첫인사를 했다. 필리핀의 유엔 관계자는 '7B(70억) 필리핀'이라고 쓴 케이크를 선물했고 마닐라의 한 지역단체는 갓 태어난 아이의 장학금과 아이 부모의 가게 개설 자금을 대겠다고 약속했다. 이 아이가 이렇게 떠들썩하게 세상과 만난 것은 그가 70억번째 아기라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엄마 카멜라 다룰라는 "내 딸이 70억번째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나 실제로 카마초가 70억번째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유엔이 31일을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되는 날로 정하기는 했지만 70억번째로 태어난 아기가 누군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는 이날 태어난 자국의 아기 가운데 누군가를 70억번째로 정하면서 출생을 축하했다.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터키에서는 평범한 노동자와 주부를 부모로 둔, 수도 앙카라 태생의 유세프 에페를 70억번째 아기라고 주장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에페가 지구의 땅과 자원을 나머지 인구와 나눠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아동인권단체 플랜은 오전 7시 25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나르기스를 70억번째 아기로 선언했다. 플랜은 인도의 여아살해 관행을 경고하기 위해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31일 가장 먼저 태어나는 여자 아이를 70억번째 아기로 정하자고 유엔에 제안했었다.
유엔은 70억명째가 될 아기를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일부에서는 유엔이 인구 증가를 숫자로 보여주는데 너무 몰두한다고 비판한다. 유엔이 1999년 60억번째 인구로 정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아드난 네빅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태어난 지 이틀된 나를 안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 후 그는 나와 우리 가족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인구가 31일을 기준으로 70억을 넘었는지도 논란이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센서스국의 예측으로는 내년 3월이 돼야 인구 70억명이 된다"며 "31일은 유엔이 정한 상징적인 날일 뿐"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유엔 전문가조차 70억명의 인구가 되는 시기에 최대 12개월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기들은 축복 속에서 태어났지만 이들이 살아갈 인구 70억명의 세상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이다. 유엔은 현재 10억명이 영양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인구가 늘면 식량 부족이 더 심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물 문제도 심각해 현재 약 10억명이 식수 부족, 20억명이 깨끗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역시 인구가 늘어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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