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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덜덜'… 겨울이 무서운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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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덜덜'… 겨울이 무서운 쪽방촌 사람들

입력
2011.10.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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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내려갈수록 쪽방촌 거리는 한산해진다. 가난한 주민들은 추위 속으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 사는 송모(58)씨에겐 겨울용 외투조차 없다. 지난해 겨울 송씨의 방문이 열린 시간은 하루에 5분도 되지 않았다. 송씨는 "아껴 피우던 담배가 떨어지면 이웃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머지 시간은 온몸을 이불로 칭칭 감고 가로, 세로 1m의 방에 맞춰 다리를 구부린 채 견뎠다"고 토로했다.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 쪽방촌의 겨울 대비는 여름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 전기장판, 난로, 두꺼운 이불, 한 사람의 체온이 겨울나기의 마지막 보루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에서 만난 차모(68)씨는 "작년에는 연탄을 아무리 때도 추워서 양말도 신고 목도리에 털모자도 쓰고 잤다. 올 겨울은 제발 덜 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박모(65)씨는 "뜨거운 물을 채워 이불 속에 넣게 정부가 보온병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방 시설이 취약한 쪽방촌에서 겨울나기는 전쟁이다. 한국에너지재단 조사 결과 서울의 5대 쪽방촌인 영등포구 영등포동, 종로구 돈의동, 용산구 동자동, 중구 남대문로, 종로구 창신동 일대 3,500여개 쪽방 중 영등포 남대문로 창신동 쪽방촌 등 세 지역 1,700개 쪽방에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에너지 공급원에는 아예 접근조차 못하는 것이다. 영등포동은 540개 쪽방 중 400곳이 연탄, 남대문로는 708개 쪽방 대부분이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 급등시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철 기온과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은 빈곤층의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만든다. 쪽방상담센터 관계자는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해도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빈곤층으로 규정하는데 겨울마다 소득의 20~30%를 넘어가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쪽방촌 주민들의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진보신당 녹색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서울지역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빈곤 가구들의 겨울철 평균 실내온도는 18도. 약 30%는 15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실내 쾌적 온도 23~24도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상당수가 독거노인, 환자, 장애인 등 노약자인 빈곤층에게는 더욱 혹독한 온도다.

"겨울이 되면 많이들 돌아가신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분들에게 추위는 치명적이다." 이성민 동대문쪽방상담센터 실장의 증언처럼 매년 겨울 쪽방촌의 닫힌 문 안에서는 죽음과의 고독한 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경부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아직도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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