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선 완패로 위기를 절감한 한나라당은 지금 생존 대책을 찾고 있다. 일단 당 한편에선 '범보수연합'이란 이름의 정계개편론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통합에 맞서 이기려면 보수층도 뭉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연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첫 번째 후보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이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 직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손을 잡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이사장도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범진보와 범보수가 각각 자기들끼리 결집하는 것도 나름의 발전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사인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 안팎에는 이 같은 성격의 보수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지금 중도 전쟁에서 지고 있고, 서울시장 보선 참패도 그 결과"라며 "그런데 오히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겠다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자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자유선진당과의 통합 혹은 선거연합도 같은 맥락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보수대연합 보다는 그 반대 방향에서 정계개편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계개편이 한나라당에 득이 되려면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통합 과정에서 불만을 느끼고 떨어져 나오는 민주당 내 중도 세력과 여당의 건전 보수 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함께 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정계개편이 마땅치 않다면 과감한 공천 물갈이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도 이미지를 가진 인사들을 대거 수혈해 내년 총선에 출마시키는 방안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 당의'강경보수'이미지를 벗겨낼 인사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이 모양, 이 꼴의 한나라당에 어떤 괜찮은 사람이 들어오려고 하겠느냐"는 자조로 그 어려움을 표현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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