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은 30일 "언제든지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따라 제기되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론과 관련, "마음을 비우고 일하는 상황인 만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언제라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지만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국정 현안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보다는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정책에 구현하는 게 우선"이라며 '선(先) 민심 수습 후(後) 인적 개편'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앞서 임 실장과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7일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자신의 사의 표명과 관련, "마음을 비우고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으니 대통령께 국정 운영에 필요하면 부담을 갖지 마시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해야 할 일이 있는 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며 "10∙26 재보선 이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인적 쇄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민심 수습노력이 가시적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인적 개편론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원래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게 민심 수습을 위해 바람직하다"면서 "정책 등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기미가 없다면 청와대 참모진 책임론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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