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챔피언 돼 어렵게 키워준 할머니 도와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세계 챔피언이 돼 어려운 형편에서 키워준 할머니를 돕고 싶다며 권투 글러브를 꼈던 정주현(18ㆍ강원 춘천기계공고 3년)군이 국내 플라이급 정상에 올랐다. 세계챔피언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다.
춘천아트복싱체육관 소속인 정군은 30일 오후 춘천기계공고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최학선(26ㆍ대원체육관) 선수와 맞붙어 3대 0으로 이겼다. 6전 4승 1무 1패의 기록을 보유한 정군은 11전 5승 2무 4패의 최 선수를 초반부터 코너로 몰아세우면서 10회전까지 경기를 우세하게 끌고갔다.
경기를 앞두고 12개 체급 가운데 고교생이 한 명도 없는 국내 권투계에서 최연소 고교생 챔피언이 탄생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한 뒤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할머니 아래서 성장해온 정 군의 꿈은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이었던 장정구 선수 같은 세계챔피언이 돼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것이다. 정군은 "10회전까지 난타전을 한 것이 힘들었지만 이겨서 기분이 좋다. 동양챔피언, 세계 챔피언이 돼서 할머니를 도와 드리고 싶다"며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정군의 할머니 장창분(61ㆍ춘천시 동면 지내리) 씨는 "큰 손자가 이 길로 들어섰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이경훈 춘천아트복싱체육관장은 "아기때부터 할머니가 혼자 키워온 주현이가 힘든 훈련을 잘 견뎌낸 것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흥재 한국권투위원회 수석부회장은 "고교생으로 챔피언이 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어서 놀랐다"면서 "상대 선수보다 키는 작지만 기량이 뛰어나 앞으로 플라이급의 꿈나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날 체육관엔 이혼한 정군의 생모도 찾아와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아들을 지켜봤다. 춘천시체육회는 정군에게 장학금 300만 원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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