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국가의 맏형 격인 영국이 동성애 차별법안을 유지하고 있는 영연방 회원국에 대외원조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은 아프리카 지역 영연방 국가 등에 매년 3억 7,000만파운드(6,580억원)의 대외 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어, 원조 중단 조치는 이들 나라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이 같은 뜻을 밝히고 "영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는 적절한 인권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과거 대영제국 식민지로 구성된 영연방 54개국 중 동성애 금지 법률을 고수하는 나라는 41개국이다. 대다수가 아프리카 국가다. 우간다에서는 2009년 의회가 반동성애 법안을 논의하면서 상당한 논란을 낳아, 동성애 인권운동가가 반대파 시위대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들 국가들이 애초 이런 법률을 채택한 발단이 식민 지배국이었던 영국의 법체계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라는 것. 영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조항을 유지했는데, 천재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표적 인물이다. 또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에는 동성애자를 화형시키는 관습이 있어,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영단어 'faggot'(땔깜)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한편 이날 폐막한 영연방정상회의에서는 왕위 계승시 국왕의 딸(공주)이 아들(왕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현행 영국 왕실 규정을 개정하는데 합의했다. 이 규정은 앞으로 태어나는 공주(또는 왕자)에게 적용될 예정이어서,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사이에 태어나는 첫 아이가 딸이라면 왕위 계승 서열에서 남동생보다 우선 순위에 서게 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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