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타월 모양의 '스마트폰 때밀이'는 부드러운 극세사로 만든 스마트폰 닦이다. 하나씩 보면 고무재질의 컵 받침이지만 여러 개를 쌓으면 먹음직스런 햄버거 모양이 되는 '미트 버거(Meet Burger)'는 실용성에 재미를 더했다. 오징어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뜯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포스트잇이나 '달라붙는다'는 공통점에서 착안한 껌 포장지 모양의 냉장고 자석도 군침 돌게 한다. 압권은 과자 향료를 넣은 메모지다. 크리스마스 쿠키, 감자칩, 나초칩 모양의 과자는 냄새와 조각난 모양까지 진짜 같아 깜빡 속기 십상이다. 모두 일상의 물건에 유머를 담아낸 '페코마트'의 디자인 상품들이다.
페코마트의 대표 겸 아티스트로 1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이성진(30), 이민혜(26)씨. 이들은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인테리어ㆍ디자인 박람회 '메종&오브제'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안고 돌아왔다. '메종&오브제'의 한국관 디자이너 중 한 팀으로 참여한 이들은 조명도 없는 작은 부스를 받았다. 하지만 유머를 무기로 한 디자인 상품은 입소문을 타고 전세계 바이어들을 끌어들였다. 별 생각 없이 부스에 들른 바이어들은 상품을 들여다 보고 박장대소했다. "이런 기쁨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 이도 있었다. 긍정적인 반응은 상당수 계약으로 이어졌다.
"'메종&오브제'를 찾는 바이어들은 신진 디자이너 상품이 괜찮아도 몇 년간 지켜본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여행 경비 정도만 벌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참가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어요."(이민혜)
수출 계약이 확정된 것만 프랑스, 미국, 일본, 스페인 등 15개국, 7만여개. 귀국 직후부터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황학동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작업실은 상품과 포장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페코마트 제품은 디자인숍뿐 아니라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 현대미술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아트숍에서도 팔린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아트숍 진열은 한국인으로선 처음이다.
이성진씨는 대학 시절부터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하며 두각을 보였다.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다 페코마트를 구상하면서 퇴직해 문구회사에서 운전, 배달 일부터 다시 배웠다. 이때 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공장 등 업계 인맥이 현재 페코마트 상품 제작 단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마트에 가서 물건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7개 시리즈 아이템으로 20종 정도를 디자인했고, 현재 구상 중인 아이템도 50개 가량 돼요. 이걸 모두 구현하면 진짜 마트처럼 페코마트 상품을 진열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성진)
회사명의 페코는 '플레이 에코(play echo)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저희가 하는 즐거운 창작 행위가 즐거운 메아리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그 메아리가 끊이지 않게 계속 재미있는 디자인 작업을 이어가야죠."(이민혜)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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