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료공학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고온 초전도선 개발에 매진했어요. 상용화까지 된다면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교수직을 박차고 회사를 세웠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고온 초전도선 제조업체 '서남'의 문승현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던 2004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에서 고온 초전도선을 연구한 게 계기였다.
고온 초전도는 영하 196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물질의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이는 영하 269도에서 저항이 없어지는 저온 초전도에 비해 산업적으로 쓰기 쉽다. 냉각을 덜 해도 초전도 현상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갖는 전선을 만들면 전류를 손실 없이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구리, 알루미늄으로 만든 금속선 대신 초전도선을 쓴 전자제품은 전력 손실을 30% 이상 줄이고, 뜨거워지지도 않는다. 전기저항이 0이어서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번듯한 기술 하나 없이 가능성만 보고 뛰어든 터라 주변에선 문 대표에게 무모하다고도 했다. 성과는 2006년부터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해 서남은 프론티어 사업에 참여한 서울대,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기존의 것보다 더 많은 전류를 보내면서도 제작 시간을 단축한 '1세대 고온 초전도선'을 개발했다. 그리고 최근엔 나노미터(nm) 두께의 8가지 금속화합물을 기판 위에 층층이 쌓는 기존 방식 대신, 동시에 덧입혀 수십 초 안에 고온 초전도선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기술로 만든 '2세대 고온 초전도선'은 같은 면적의 구리선보다 170배 이상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고온 초전도선은 자기부상열차, 핵자기공명영상(MRI), 전력선, 전기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시장 전망은 밝다. 서남은 2015년 초전도선 시장 규모가 최대 1조원, 이후 해마다 커져 20~30년 뒤에는 반도체 시장만큼 확대될 걸로 보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