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평범한 주부에서 화가로 첫 발을 내딛은 윤석남(72)씨는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로 꼽힌다. 어머니를 화폭에 그리며 여성의 삶을 담아온 그가 최근에는 종이오리기와 방 시리즈 설치작업 통해 이 시대 여성의 삶을 통찰한다.
윤씨의 방 시리즈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최근작 '흰 방'이 경기도미술관(안산시 초지동) 5주년 기념전시 '창·창·인·생(創·創·人·生)'에서 선보였다. 윤씨를 비롯해 경기도에서 작업을 하거나 거주하는 원로 작가 4인의 작품 54점이 나왔다. 나이를 잊은 뜨거운 창작열이 느껴지는 전시다.
한지를 찢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전위적인 작업을 해온 권영우(85)씨는 '종이의 화가'로 불린다. 그 별칭에 어울리는 한지 작업을 비롯해 합판에 플라스틱 생수통, 부채 등의 일상의 물건을 붙이고 그 위에 다시 한지를 붙여 만든 1990년대 이후의 근작 13점을 선보였다.
역설적이고 위트있는 작품을 만들어온 조각가 조성묵(72)씨는 최근 작업 중인 소파나 탑 등의 대규모 설치 작품을 내놓았다. 음식을 나누는 '공양' 문화를 은유하는 이들 작품의 재료는 잘 구운 빵이나 마른 국수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산업용 발포 우레탄으로 만든 가짜 밀가루 음식이다. 조씨의 대표작 '메신저' 시리즈를 비롯해 안경을 소재로 한 조각과 섬세한 드로잉까지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온 화가 민정기(62)씨는 기존 작품 '이포나루터' '벽계구곡'과 이후 개발로 변해버린 현재를 담은 같은 제목의 작품을 함께 출품했다.
작가 4인의 예술세계와 진솔한 삶이 담긴 인터뷰와 그 동안의 작품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함께 전시된다. 12월 18일까지. (031)481-700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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