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초박막액정표시장치(LCD)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해 온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AU옵트로닉스 등 한국과 대만업체들에 과징금 1,940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처리한 국제카르텔(담합) 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로, 지난해 항공화물운임 국제카르텔 과징금(1,243억원)보다도 700억원가량 많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은 2001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만에서 월 1회 이상 '크리스탈 미팅'을 갖는 등 총 200여 회의 담합 관련 회의를 열고 ▦최저 판매가격 ▦가격 인상ㆍ인하 시기와 폭 ▦생산량 조정 ▦리베이트 지급 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들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회의체에서 제외하겠다"고 위협했으며, "회의 존재를 동료에게도 공개하지 말라"고 강요하며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LCD 공급이 크게 늘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제품을 빨리 팔아 치우기 위해 '공급 부족 예상'이라는 허위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전자 961억1,000만원, LG디스플레이 651억5,000만원, AU옵트로닉스 285억3,000만원 등이다. 김순종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TV 등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시장을 80% 이상 장악한 업체들이 5년 이상 담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과징금 부과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은 세 번째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006년7월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해 공소시효(5년)가 올해 7월로 끝났는데도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순위로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한 LG디스플레이는 과징금의 50%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위법행위가 2006년 말까지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앞으로도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보다 한 발 앞선 2006년2월 1순위로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한 삼성전자는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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