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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리커창 방한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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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리커창 방한이 주는 의미

입력
2011.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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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주 남북한을 연쇄 방문했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그의 방문은 내년 권력 이양에 들어갈 중국이 향후 5년간 남북한 관계 설정에 어떠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급조된 남북연쇄방문

리커창 부총리의 방문은 정교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라 급조됐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전언이다.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은 고위 지도부의 상호 방문을 연초부터 추진했다.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중국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산되자 당초 한국과 동남아 여러 국가들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리 부총리가 돌연 남북한 연쇄방문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남북한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명분에서 막판 북한측에 방문을 제안했는데 그것이 수용됨으로써 미래 지도자의 연쇄방문이라는 깜짝 쇼를 연출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당황했다.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고위급 교류가 갑자기 중국 미래 지도자의 남북한 연쇄방문이라는 중국의 외교잔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방중을 애타게 기대한 중국이, 이 대통령이 미국을 선택한 것에 불만을 가졌을 게 분명하다.

중국은 차기 총리의 연쇄방문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간자 역할을 부각하고 외교 역량을 과시하는 한편 리 부총리의 차기 지도자 면모를 다질 수 있었다.

여기에서 한국 정부는 심한 배신감이 들었겠지만 남북문제에서 중국의 양다리 전략과 이중잣대가 항상 작동한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2003년 방문한 것을 비롯해 2005년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8년에는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때는 짧게는 15일, 길게는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남북을 연쇄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그만큼 겉으로 비치는 관행이나 외교적인 측면에서 남북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리 부총리의 남북한 방문을 동행한 장쯔쥔 외교부 부부장은 북중 전통 우의를 공고히 하고 북중 협력을 심화했으며 한중의 전략적 협력자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켰다는 점을 이번 방문의 성과로 꼽았다. 리 부총리의 방문을 통해 북한과는 혈맹관계를 끈끈히 하고 한국과는 경제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양다리 외교정책을 재확인했다.

한중관계 새로운 20년 고민할 때

리 부총리는 북한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동석한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한국에선 재계 총수와 정치 지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남북한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내년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지난 20년의 한중 경제협력과 외교발전 성과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20년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있어 항상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중국을 어떤 식으로, 어떤 전략으로 끌어들이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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