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선을 통해 기성 정치권에 분노한 민심이 확인됐지만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에선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유보하기로 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지도부 책임을 묻기 보다는 각각 홍준표 대표와 손학규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당 개혁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 조그만 재보선에서 패배해도 여야 지도부나 청와대 참모진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더 큰 심판을 받았는데도 책임론 제기 자체를 막으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2040세대의 투표 반란'을 접한 청와대와 여야는 "젊은이들과 적극 대화하고 청년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쇄신에 나서겠다"는 말만 되뇔 뿐 구체적인 인적 쇄신 방안이나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 개혁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대충 덮으려 하는 정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더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대한 대책으로 '선(先) 민심 수습ㆍ후(後) 인적 개편'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날 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불거진 '인적 개편론'은 없던 일이 됐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금 시점에서는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보다는 재보선 투표에 투영된 민심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할지가 우선"이라며 "젊은 세대들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지 대통령도 대단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임 실장의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해 "실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사퇴가 없던 일이 되면서 임 실장 사퇴시 공론화가 예상됐던 여당 지도부 책임론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도부 문책보다는 당 개혁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은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추인 받았다. 이에 대해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대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죽자는 얘기"라며 "민심 수습을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고 정책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못했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호남을 제외한모든 지역에서 패배한 민주당 내에서도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통합 등을 내세워 당 쇄신과 변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주류측은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 등 선(先) 혁신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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