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대학배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겠다."
신진식(36) 홍익대 감독이 한 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신 감독은 26일 충북 단양군 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2011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추계대회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대에 1-3(25-21 15-25 25-27 27-29)으로 패한 뒤 "거의 손에 넣은 우승컵을 빼앗긴 기분"이라며 "내년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국가대표 시절 '갈색폭격기'로 명성을 떨친 신감독이 홍익대 사령탑을 맡은 것은 5월 중순. 이후 불과 한달 여 만에 팀을 춘계대회 결승에 올려놓은 신감독은 추계대회결승에서 경기대를 맞아 복수혈전을 노렸으나 경험부족의 한계를 드러내며 챔피언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신감독은 이날 경기대를 맞아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 대어사냥을 예고했다. 하지만 1-1로 맞선 3세트와 4세트 모두 듀스접전 공방 끝에 경기대에 우승컵을 양보해야 했다.
신감독의 이 같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배구계 안팎에서는 1987년 팀 창단 이후 4강권에도 오르기 힘들었던 홍익대의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신감독의 부임과 함께 홍익대가 전통의 대학배구 강자 성균관대, 한양대 등을 차례로 꺾고 춘ㆍ추계리그 준우승을 차지하자 배구판은 신감독이 코트 밖에서도 갈색폭격기로서의 맹폭을 선보이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학배구연맹 조영호 회장은 "배구가 겉으로는 6명이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독의 용병술에 성적이 오르내린다"며 신감독의 지도력에 깊은 신뢰를 보냈다. 적장(敵將)인 한양대 박용규 감독도 "홍익대의 조직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내년 대회 우승트로피는 한양대와 홍익대의 다툼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배구 전문가들은 추계대회도 홍익대가 다 이겨놓고 마무리를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세진 KBS N해설위원은 "홍익대가 막판 집중력 부재라는 2%만 채워 넣으면 우승컵은 시간문제"라며 "이렇다 할 대형 스타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팀을 결승무대까지 진출시킨 것은 순전히 신감독의 지도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이에 대해 "배구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가는 단계다. 탄탄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양=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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