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마른 아프리카에 생명의 빨대, 불 꺼진 교실엔 태양광 패널을…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값 싼 직물이 인도에 흘러 들어오면서 인도 사람들은 일터를 잃고 가난에 내몰렸다. 이를 보다 못한 마하트마 간디는 직접 물레를 돌려 천을 짜기 시작했다. 비록 영국 직물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도 오래 걸렸지만 물레를 돌려 짠 천은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자급자족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줄이 됐다.
영국 경제학자 E 슈마허는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통해 간디의 생각과 삶을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발전시켰다. 적정기술이란 돈벌이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이 같은 적정기술은 요즘 기업들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적정기술의 대표로 널리 알려진 것이 2006년 베스터가르드프란센사가 만든 '생명의 빨대'이다. 휴대용 정수기인 이 제품은 물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갖고 다니며 흙탕물을 걸러 마실 수 있다. 매년 6,000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이질에 걸려 죽어가는 아프리카에서는 그야말로 생명의 도구다.
킥스타트사가 만든 플레이펌프도 마찬가지. 이 업체 대표인 마틴 피셔 박사가 개발한 이 펌프는 사람이 올라서서 발로 밟으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와 밭에 뿌려준다. 물이 귀한 케냐의 농부들을 위해 개발된 이 제품은 35달러 미만에 판매돼 케냐 농부들의 소득을 10배로 증가시켰다.
도너츠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원통 형태의 킥드럼은 아프리카에서 물을 옮기는 중요한 도구다. 구멍에 줄을 꿰어 바퀴처럼 끌고 가는 방식으로 75리터의 물을 나를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적정기술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1월에 아예 특허청과 제휴를 맺고 적정기술을 공동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특허청이 제공하는 1억5,000만 건의 특허자료를 바탕으로 적정 기술을 개발해 해외 법인을 거쳐 개발도상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5일 아프리카에서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교실 내 모든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는 친환경 이동식 학교인 '태양광 인터넷 스쿨'보급을 시작했다. 태양광 인터넷 스쿨은 지붕에 설치된 12㎙ 길이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필요한 전기를 모은다. 이렇게 모은 전기는 태양광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9시간 이상 전자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이동이 가능하도록 트럭 형태로 제작된 교실에는 50인치 전자칠판이 설치돼 있으며 이동통신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개최했으며, 11월까지 사내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여기서 아이디어가 채택된 직원들에게는 현지 적용을 위한 답사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내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도 저소득층을 위한 34만원짜리 초저가 보청기를 개발했다. 기존 보청기는 100만~200만원대여서 저소득층이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들이 만든 보청기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에게만 판매한다.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 내 동아리가 개발한 '옥수수대를 이용한 숯 제조기술'도 지난해 굿네이버를 통해 아프리카의 차드에 보급됐다. 사탕수수대를 원료로 숯을 만드는 이 기술은 제작이 쉬워 현지인들의 생활 개선에 기여했다. 마틴 피셔 킥스타트 대표는 "적정 기술 제품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복지제도와 더 나은 민주 정치를 가져 온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사회적 기업 위한 '착한 컨설팅' 국내서도 빛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미국에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컨설팅 업체가 따로 있다. 사회적 기업은 자선 봉사 단체와 달리 기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야 시장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그러면서 사회공익을 위한 활동을 함께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사회적 기업 컨설팅 업체들이 나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투자해서 이익을 공유한다. 소위 '착한 컨설팅'이다. 따라서 컨설팅 업체의 등장은 사회적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창업 못지 않게 중요한 활동으로 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로버츠기업개발기금(REDF)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을 위한 컨설팅 업체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REDF는 조지 로버츠가 1985년 설립해 사회적 기업을 자문해주고 육성하는 일을 한다. 단순 육성이 아니라 자본 투자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면 이윤을 회수한다. 널리 알려진 미국의 사회적 기업 주마벤처스, 버클루 등이 REDF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위해 REDF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과학적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을 평가한다. 이들이 만든 ETO 2.0이라는 시스템은 사회적 기업의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수치화해서 비교 평가한다. 특히 REDF는 사회적 기업을 평가할 때 사회적 약자들에게 얼마나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인 지를 따져 본다.
국내에도 사회적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고민이 시작됐다. SK텔레콤이 7월에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만든 재단법인 행복ICT는 REDF를 본보기로 삼았다. 행복ICT는 상대적으로 IT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열악한 사회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IT컨설팅을 실시해 각종 인프라를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인 대안청소연합회에 이미 컨설팅을 실시, 업무효율을 개선할 수 있도록 청소용역 관리 활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재단은 사회적 기업들의 IT컨설팅을 통해 소외받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유무선 통신을 연계한 사업 방향 등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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