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말 1사 후 타석에 선 SK 2번 박재상은 삼성 선발 저마노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 보냈다. 그리고 2구째 140㎞ 짜리 높은 직구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높이 뜬 타구는 생각보다 힘이 실려 왼쪽 담장을 향해 계속해서 날아갔다. 타구를 응시하며 1루로 뛰던 박재상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저마노의 퍼펙트 투구를 깨는 팀의 첫 안타는 펜스를 살짝 넘기는 극적인 선제 결승 솔로홈런.
SK가 박재상의 공ㆍ수 맹활약을 앞세워 삼성을 2-1로 따돌리고 홈에서 대반격의 서막을 열었다. 2패 후 첫 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만든 SK는 2007년의 기적을 떠올리며 역전 우승 꿈을 부풀렸다. 역대 27차례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이긴 건 14차례. 그 중 13번이나 1, 2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단 한번의 예외가 2007년 두산에 먼저 2패를 당하고도'리버스 스윕 시리즈'로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SK였다. 또 SK는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홈 7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4전 전패 수모를 되갚는 데 실패하고 시리즈를 최소 5차전까지 이어가게 됐다.
홈런을 때린 박재상은 바로 앞선 4회초 수비에서는 기가 막힌 홈 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2사 2루에서 삼성 진갑용이 좌전 안타를 때렸으나, 좌익수 박재상의 강한 원 바운드 송구가 정상호의 미트 속에 정확히 꽂히며 홈으로 뛰던 2루 주자 강봉규가 태그 아웃됐다. 2사 후였고, 타구도 꽤 깊숙해 홈 승부가 어려워 보였으나 박재상의 강한 어깨와 주자의 돌진을 몸으로 막아 낸 정상호의 합작품이었다.
SK 최동수는 1-0으로 앞선 5회 1사 후 저마노의 직구(142㎞)를 통타해 쐐기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국시리즈 최고령 홈런 기록(40세1개월17일)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SK 박경완이 지난해 삼성과의 2차전에서 기록한 38세3개월5일.
송은범은 최고 152㎞의 강속구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5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3연승을 기록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선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이어 2승째.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호텔숙박권을 받은 송은범은 "어떻게든 잠실(5~7차전)까지 간다는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몸이 좋지 않아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계속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엄정욱은 마무리로 나와 1과3분의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시리즈 통산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양 팀은 2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벌인다. 삼성은 윤성환을, SK는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각각 예고했다. 한편 이날 문학구장은 매진(2만7,600명)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8경기, 한국시리즈 23경기 연속 매진을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경기장을 찾아 관심을 모았다.
●이만수 SK 감독대행
선수들이 불굴의 투지를 발휘한 덕분에 2패 뒤 첫 승을 올렸다. 선발 송은범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잘 던져줬다. 4회초 홈에서 강봉규를 못 잡았으면 경기가 넘어갔다. 결정적인 수비였다.
우리 팀 투수도 대단하지만, 삼성 투수도 정말 잘 던진다. 투수가 실투하지 않으면 타자는 1할 밖에 못 친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타자들이 잘 쳐줬다.
4차전 선발 김광현의 컨디션은 너무 좋다. 내일 최고로 잘 던질 것 같다. 나부터 흥분하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
홈런 2방을 맞았지만 선발 저마노는 잘 던졌다. 찬스 때 못 치니까 점수가 안 났다. 잔루가 너무 많아 아쉽다. 타자들이 더 자신 있게 쳐야 한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채태인과 최형우가 삼진 당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4회초 무사 1ㆍ2루 때 번트를 지시했는데 애매하게 주루사가 나왔다.
페넌트레이스 평균자책점 1, 2위 팀의 대결이다. 우리도 좋지만 SK 투수도 좋다. 내일부터는 타자들이 나아질 것이다. 타선만 터져주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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