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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홍대·서촌·신사동 등 동네잡지 붐 "신문엔 안나오는 단독기사 넘쳐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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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홍대·서촌·신사동 등 동네잡지 붐 "신문엔 안나오는 단독기사 넘쳐나죠"

입력
2011.10.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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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산울림 소극장으로 향하는 골목과 마포평생학습회관이 만나는 지점에 '반지하 가게 골목'이 형성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넓은 공간과 아늑한 분위기가 한 몫 했단다. 이 같은 변화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 매체는 홍대 로컬 매거진, '스트리트 H'다.

매달 15일 홍대 주변 소식을 전하는 '스트리트 H'는 기자 출신 부부 장성환(디자인스튜디오 203 대표), 정지연씨가 자비로 발행하는 동네 잡지다. 지난 6월 창간 2주년을 맞았다. 일간지 인터뷰는 사양해도 '스트리트 H'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는 인기 소설가도 있을 만큼 이 잡지는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소설가는 물론 홍대 거주자다.

"홍대 주변 하면 마치 클럽의 밤 문화가 전부인 양 보여지는 것 같아요. 일년 내내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출판사, 인디밴드, 독립 레이블, 카페가 밀집해 있는 흥미로운 동네인데 말이죠." 30여년간 홍대 주변에서 살아온 장 대표는 이 잡지를 통해 무엇보다 홍대 문화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동네의 문화와 이웃들의 삶을 담아내는 동네 잡지가 늘고 있다. 홍대의 '스트리트 H'를 비롯해 서촌의 '시옷'(구 서촌라이프), 이태원의 '사이사이', 신사동 가로수길의 '헬로우 가로수길', 문래동의 '문래동네' 등. 발행인이 지역 토박이인 경우도 있지만 거주 1~3년 차 주민도 있다.

이달 4호를 펴낸 '문래동네'와 이태원의 '사이사이'가 신참 주민이 만드는 잡지다. '문래동네'는 3년 전 문래예술창작촌에 입주한 시각디자인 예술단체 비주얼컬처안테나가 만든다. 독립영화 상영회 '문래동네, 씨네문' 홍보가 계기였지만 점차 창작촌 작가와 문래동 주민의 이야기를 담아 지금의 잡지 형태를 갖췄다. 인터뷰를 해달라는 주민이 생길 정도로 예상외의 호응을 얻고 있다.

비주얼컬처안테나의 나태흠 작가는 "많은 지역이 상업화되어 가지만 그와 달리 꿈을 품은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문래동네'는 문래예술공장의 인쇄비 지원과 창작촌의 예술가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전시기획자 바이홍씨가 편집장으로 있는 '사이사이'는 지난 5월 창간 준비호를 펴내고 내년 봄 정식 창간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는 "이태원의 문화적 매개자 역할"을 하고자 홍대에서 지난해 이태원으로 거주지를 옮겨왔다. 밤 문화에 비해 낮 문화의 인프라와 매개가 빈약하다고 판단한 그는 동네 잡지 발행 외에도 동네 사생대회나 음악회 같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줌마들이 주축이 되어 동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잡지도 있다. 여성포털 '줌마네'(www.zoomanet.co.kr)의 글쓰기 학교 '산책하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다. 2008년부터 연 1회 발행을 목표로 수강생들과 함께 동네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취재 경험이 없는 주부들은 매년 취재할 동네를 새로 정해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 2008년 창간준비호 '동네 한 바퀴 더, 성산동 편'을 시작으로 2010년 '뚜벅뚜벅 신수동'까지 이어왔다. 소박한 잡지 속에는 재개발 지역 할머니들의 소일거리와 트럭에서 물건을 파는 '반짝 시장', 동네 헬스클럽 체험기도 담겼다. 2011년 수강생들은 내년 초 독립문 부근의 영천시장을 중심으로 서대문구 주변을 취재한 잡지를 펴낼 예정이다.

이 같은 동네 잡지의 등장은 전 세계적인 지역 문화 활성화와 더 중요해진 이웃 간의 소통, 개인의 표현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개인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어렵다. 발 붙이고 사는 지역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는 동네 잡지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동네 잡지 등장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역의 문화 향유를 위해 노력해온 지자체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개인의 표현 욕구와 해외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동네 잡지가 동네의 소소한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 문화 형성의 매개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수익구조가 불안하다 보니 창간호가 폐간호가 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유마을시장에서 2009년 9월부터 발행됐던 동네 잡지 '콩나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북구청의 지원 축소로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올해부터 중단됐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동네 잡지의 안정적인 발행을 위해서는 동네 주민의 관심뿐 아니라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H'의 장성환 대표는 "동네 잡지는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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