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이황·이응노… 명필을 찾아서
명필 / 김남인 지음
글씨는 기호이자 그림이다. 삼각산 화계사에서 속리산 법주사, 조계산 송광사, 금정산 범어사까지 흥선대원군과 고운 최치원, 고암 이응노의 명필을 좇는 것은 역사를 읽는 것과 같다. 강화도 전등사 현판은 정족산성 전투의 치열한 공기를 품고 있고, 안동 도산서원 곳곳에는 벼슬보다 학문을 좋아했던 퇴계 이황의 삶이 글씨로 남아 있다. 조선 21대 왕 영조는 파주의 소령원과 인근 고령산 보광사에 어머니 숙빈 최씨에 대한 효심을 친필로 남겼다.
서예에 전문성이 없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도처에 산재한 명필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전국의 사찰과 서원, 정자 그리고 계곡의 바위에 새겨진 명필을 따라가다 보면 숨겨져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가 열리고 '글씨'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을 쓴 이의 성품과 학문 세계가 보이고 삶이 보인다. 명필을 감상하는 것은 역사와 삶을 읽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붓으로 글씨를 쓰고 이를 나무판자나 돌에 새긴 예인들과 후대의 답사객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자처한다. 서해문집ㆍ304쪽ㆍ1만5,9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과학기술,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 뤼트게르 반 산텐 등 지음
불과 20년 전 인터넷도, 이메일도 인류에겐 아주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누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세계를 만나고, 이메일로 업무 처리를 한다. 20년 만에 지구가 더욱 가까워지고 좁아지면서 사람들은 훨씬 편리한 삶을 살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없을까. 인터넷 트래픽(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통행량)은 급속히 느는데 이를 감당해야 할 인터넷 허브의 기술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디기만 하다. 인터넷 허브가 먹통이 되면 지구촌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될 수도 있다.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은 멀지 않은 미래인 2030년을 바라보며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들을 모색한다. 기아, 기후변화, 물 부족,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 금융 위기 등이 인류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을 위협요소들이라며 이에 대한 과학기술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지금 등장한 아이디어들이 실현 가능한 시간, 자신들이 내다보기에 적당한 세월이라는 생각에 2030년을 시한으로 뒀다고. 전대호 옮김. 까치ㆍ350쪽ㆍ1만8,000원.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인문학 왜 가르치고 배워야 하나
인문학의 미래/ 월터 카우프만 지음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이미 오래됐다. 대학에서도 철학, 예술, 문학, 역사, 종교에 관한 연구 등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보다는 기술분야나 당장 돈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이 각광받은 지 오래다. 건국대는 2005년부터 전공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독문과와 불문과를 통합했고, 동국대 독어독문과도 같은 이유로 2010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인문학이 연구의 중심인 대학에서도 자리를 잃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책은 '왜 인문학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저명한 니체 연구자인 저자 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33년간 철학을 가르친 대표적인 인문학자로 1980년 사망했다. 1970년대 미국 대학의 인문학 교육 풍토와 인문학계에 만연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 책은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1998년 첫 출간 당시 오역으로 논란이 일었던 부분을 수정해 재출간 했다. 이은정 옮김. 동녘ㆍ379쪽ㆍ1만5,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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