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김종서 지음/김영사 발행ㆍ400쪽ㆍ 1만,8000원옛시에 매혹되다/김풍기 지음/푸르메 발행ㆍ308쪽ㆍ1만4,800원
김종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맞는 시 140편 담아
김풍기의 '옛시에 매혹되다'… 그 시대 뒷이야기도 소개
"1970년대는 김민기의 '아침이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 음악평론가는 말했다. 김민기가 4ㆍ19 수유리 묘역에서 낮잠 자다 깨서 느낀 감정을 담아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발표 당시 국내 정치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로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 노래는 정치적으로 재해석되며 아직도 정치갈등의 현장에서 불려진다. 허나 그 세월을 겪지 않았던 오늘의 20대가 '아침이슬'의 비장미를 공감하기는 어렵다. 노래는 그 노래가 불린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으므로.
불과 40년 전 노래도 세대마다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른데, 수백 년 전 불린 한시는 오죽할까. 현대인이 한시가 쓰인 시대 상황과 정서를 모른 채 한시를 이해하기는 버겁다. 한시의 맛을 느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과 <옛시에 매혹되다> 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옛시에>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의 저자 김종서는 '자연을 향한 끝없는 진실과 순수를 추구한 결과물이 바로 우리 선인들의 한시'라고 말하며 한시를 흥과 한의 정서로 풀이한다. 봄>
'窓(창)밧기 菊花(국화)심거 菊花밋틔 술을 비저/ 술 닉쟈 국화 ?쟈 벗님 오쟈 달 도다온다/ 아희야 거문고 淸(청)쳐라 밤새도록 놀리라'. 국화 핀 가을밤의 정취를 그린 <청구영언> 속 이 시(작자 미상)를 저자는 '꽃과 술과 달과 거문고, 이만하면 흥이 일지 않겠는가!'라고 소개한다. 두 말할 것 없이 이 시를 지배하는 건 흥의 정서다. 청구영언>
이행의 '세밑에 중열이 그리워'는 한의 정서를 보여주는 시다. '아 한 해도 저물어서 다만 오늘뿐인데다/ 날 그릴 이 뉘가 있나? 벗이라곤 없는 터니'로 시작하는 이 시는 이행이 연산군 때 사형당한 벗, 박은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봄비 내리는 풍경(이수복 '봄 비')에서 시작해 각 계절에 걸맞은 주제 7편을 선정하고, 각 주제에 맞는 시 140여 편을 담았다. 청록파와 신석정의 시, 김성태의 가곡 '동심초', 김민기의 '아침이슬'처럼 한시와 가락이 비슷한 현대시, 가곡, 동요도 함께 실었다.
김풍기 강원대 교수가 쓴 <옛시에 매혹되다> 는 중국, 고려, 조선시대의 옛 시를 차(茶), 여행, 이별 등 17개 주제로 분류해 소개한다. 시에 담긴 옛사람들의 생활상, 관습, 제도, 감성을 다양하게 풀어내며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그 뒷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준다. 옛시에>
'부채 이야기'에서는 추풍선(秋風扇)을 처음 읊은 반첩여와 늙은 기생의 쓸쓸함을 읊은 시인 정추를 소개했다. '절의 정신'에선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 평정치 못한다면/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일러주리'라 읊은 남이가 결국 그 때문에 옥사한 사연을 소개한다. 매천 황현은 나라가 망할 때 목숨 바친 선비가 없는 것은 수치라며 자결했다. 그는 '세상에 지식인 되기가 참으로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라고 썼다. 시를 따라 옛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사회가 아울러 묻어나온다.
절제된 시어 한 줄에는 천 가지 감정이 담겨 있다. 고로 시가 쓰인 시대 상황과 정서를 알아야 시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두 책은 말한다. '아는 만큼 읽힌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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