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이 지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1야당 원내대표에 31세의 흑인 여성이 선출됐다.
남아공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민주동맹(DA)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 대변인 린디웨 마지부코(사진)가 재선을 노리던 아톨 트롤립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30년 DA 역사에서 흑인이 국회 사령탑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마지부코는 일찌감치 남아공 야권의 떠오르는 기수로 각광받았다. 2009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해 정치 경력은 2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곧바로 당 대변인을 맡아 백인이 주류인 DA의 반쪽 정당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마지부코는 “단순히 흑인의 표심을 잡는 게 아니라 남아공 전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변자로 거듭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부코의 선출은 남아공 정치권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은 “남아공 정치사에 또 한번의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남아공은 1994년 민주화 이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줄곧 집권하고 있다. DA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주도했던 국민당(NP)과 달리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적 백인정당으로서 명맥을 이어왔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는 22%의 득표율을 기록해 5년 전(14%)에 비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DA의 흑인 원내대표 선출은 2년 후 대선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아공은 현재 경제난과 치안 부재, 부패 등이 겹쳐 ANC에 대한 국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실업률은 25%를 넘고 살인율은 아프리카에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DA가 다수당인 웨스턴 케이프주에서는 전력 사정이 나아지고 범죄가 감소하는 등 민생이 안정을 찾고 있다.
DA는 마지부코를 내세워 유일한 약점이던 백인 정당의 꼬리표를 떼고 지지 기반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임 원내대표인 트롤립만 해도 5대째 대농장을 경영하는 백인 지주 가문이어서 흑인 유권자의 거부감이 높았다. 애덤 하비브 요하네스버그대 교수는 “마지부코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태어난 흑인 신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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