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이 뉴욕으로 이주한 무슬림 중 이름을 바꾼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감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AP통신은 단독 입수 문건 등을 토대로 뉴욕 경찰이 무슬림 국가에서 왔거나 이름을 바꾼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기록에는 여행기록, 전과, 사업자등록증, 이민서류뿐 아니라 먹고 기도하고 미용실에 가는 일상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이 경찰 자료부에 기록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의심이 가는 무슬림을 추려내면 경찰은 그들의 집을 방문해 개명 이유를 묻고 면담 내용을 다시 경찰 정보에 저장했다. 면담 거부자나, 테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사람의 정보도 모두 저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감시 대상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연루자 다우드 지라니다.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에 거주했던 지라니는 급진 성향의 이슬람 교도로, 2006년 데이비드 콜맨 헤들리로 이름을 바꿨다. 경찰이 감시한 개명자에는 아랍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꾼 사람뿐 아니라 원래 이름을 아랍식으로 바꾼 사람도 포함돼있는데 이는 자신의 종교적 열정을 드러내기 위해 개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방식을 놓고 사생활 침해와 인종 차별 논란이 일어나자 미 의회는 사법부에 뉴욕 경찰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의원은 법무장관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뉴욕 경찰의 조사가 범죄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확보했을 경우에만 개인 신상을 조사할 수 있다는 정부의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것이며 헌법이 보호하는 행위(개명)를 조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조나단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경찰의 조사를 두고 "경찰의 행동은 멍청하고 기계적인 접근"이라며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급진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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