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이 없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죠. 남편도 일용직 노동을 하며 전국 각지를 떠돌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저라도 직장을 잡으면 참 좋겠네요.”(북한 이탈주민 이모씨)
27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조원동 금천경찰서 3층 강당은 장터처럼 북적거렸다. 2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50여명이 모여들었다. 6개의 부스 앞에서 희망 월급, 특기, 부양가족 등을 서류에 차례차례 적어 내려가는 이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바로 금천서와 중소기업청이 함께 마련한‘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풍경이다. 동작구부터 관악구까지 서울 서남권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관내 가산디지털단지 주변 업체의 일자리를 주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보통신(IT)에서 의류업체까지 다양한 참가 업체 부스를 둘러보던 이모(30ㆍ여)씨는 경제교육서비스업체인 아이빛연구소 부스에 이르자 “꼭 여기에서 일하고 싶다”며 발걸음을 멈췄다. 2009년 8월 함경북도에서 탈북했다는 이씨는 “남편과 각각 한 살, 다섯 살인 두 아들까지 함께 생활하려면 남편 월급 50여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120만원으론 턱없이 부족해서 나도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탈북한 평안북도 출신 이모(37ㆍ여)씨는 “한국에선 취업이 제일 어려웠다. 오늘 꼭 잘 돼서 한국 국민이라는 존재감을 갖고 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참가자 김모(31)씨는 “매스컴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온정적으로 다루지만 현실 속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류업체 코아아웃도어의 김태미 대표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람보다 더 성실한 경우가 많다. 오늘도 10명 이상 고용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박람회를 통해 취업한 북한이탈주민은 총 18명. 이들은 업체가 지불하는 임금 외에도 중기청에서 월 20만원 이상의 훈련수당과 4인 가족 기준으로 30~50만원 정도의 개인 장려금도 받게 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금천서 보안계 안민권 경장은 “취업하지 못한 참가자들도 남부여성발전센터 등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직업 교육을 받게 하고 앞으로도 일자리 찾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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