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정당, 정치활동을 야유하고 조롱하는 게 대세다. '정치하지 말라'는 말은 이제 상식이 돼 버렸다. 정치는 '더러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고, 정치인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대표하는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치인하는 말을 믿어?"라는 대사를 흔히 들을 정도다.
<정치의 발견> 은 저자가 진보 정치인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아카데미'에서 지난해 말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한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진보파들이었다. 정치의>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진보파에 우호적이다. 그는 "우리 사회를 좀 더 인간이 살 만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보수파보다 진보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보파도 정치를 혐오하는 반(反)정치주의에 물들어 있어 사회 변화를 제대로 추동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정치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치를 부도덕과 타락의 세계로 묘사해 혐오하게 만드는 반정치주의는 사실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자 이데올로기"라고 분석했다. 박정희 군사정권과 전두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해 보수세력이 정치를 냉소화했다는 주장이다. 1980년 '민주화의 봄' 시기에 보수 신문의 논객은 '민주화해 봐야 정치인들의 사욕에 나라가 분열될 뿐이니 기존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닌 '새 정치 세력'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는 논리로 전두환 세력의 집권을 정당화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반정치주의 중심 세력이 재벌로 바뀌어, 삼성 이건희 회장은 한국 정치를 3류도 아닌 4류로 야유했다. 저자는 "정치를 낭비나 비효율의 원천으로 보는 재벌들이 민주주의를 긍정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견제할 정치의 능력이 최소화된 민주주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운동을 강조하면서 정치를 멀리하는' 우리사회 진보파가 민주주의에서 정치가 제공하는 엄청난 가능성에 주목하기를 촉구한다. 진보파가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해야 사회적 약자도 무시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온정에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 시민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민주정치의 발전과 진보적 대의, 사회 약자들의 권익 신장을 원한다면, 먼저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반정치주의와 싸워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