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다. 유럽연합(EU)은 그제 디폴트에 직면한 그리스의 부채 탕감 등에 합의, 위기 해결에 획기적 진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유럽과 세계 증시가 급등하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ㆍ달러 환율이 내리는 등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의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데다 각국의 긴축에 따른 경기 후퇴와 자금시장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경각심을 늦출 수 없다.
EU의 위기 대책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 등 민간 채권자의 손실률(haircut)을 21%에서 50%로 높여, 채무 3,500억 유로 가운데 1,000억 유로를 탕감했다. 또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구제금융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 유로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4,400억 유로인 EFSF 기금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지원자금을 빼면 2,500억 유로 규모다.
어렵사리 합의한 위기 대책이 근본 치유책이 될지는 예상이 엇갈린다. 일단 글로벌 신용경색과 심각한 불황은 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각국 정부와 금융권의 이해 갈등을 비롯해 여러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유로존 붕괴 우려를 떨치고 EU가 단합을 이룬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특히 유로존의 주축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재정위기로 흔들리는 가운데, EU의 돈줄을 쥔 독일이 해결사 지위를 과시한 의미가 크다. 이미 지급보증 등으로 2,400억 유로를 내놓은 독일은 벼랑 끝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주도적으로 위기 해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전망은 안도와 걱정을 함께 안겨준다. 유로존 위기 완화는 반길 일이
지만, 건전성을 높이려는 유럽 은행들의 역외자금 회수와 각국의 긴축에 따
른 경기 후퇴는 우려할 만하다. 따라서 글로벌 자금시장 불안에 대비한 외
화 유동성 확보와 함께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리멸렬
하는 듯하던 유럽의 단합은 한층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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