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생인 우리팀 작가는 문정선이라는 가수를 모른다.
7080음악 전문프로그램이고, 우리 방송 애청자들은 예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문정선의 '나의 노래'가 흐르면 "지금 이 노래 제목이 뭐예요?"라는 문자가 심심찮게 온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
적어도 50대 이상 되어야 어렴풋이 문정선이라는 가수를 기억해낼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가 어렸을 때부터 좋았다. 문정선 하면 나는 꼭 KBS악단장을 오래 하셨던 김강섭씨가 떠오른다. 예전엔 장관이든, 악단장이든 오래오래 했기 때문에 문교부 하면 민관식씨가 자동으로 떠오르듯이, KBS가요프로그램 하면 뒤에서 악단을 지휘하던 김강섭씨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는데, 이 '나의 노래'는 김강섭씨가 작곡을 해서 그랬는지 문정선씨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유난히 더 화면에 많이 비춰졌던 것 같다. 김강섭씨는 작곡을 많이 한 분은 아니었지만 '나의 노래'는 명곡이다. 가사도 참 좋다.
'샛노란 은행잎이 가엾이 진다해도
정말로 당신께선 철없이 울긴가요
새빨간 단풍잎이 강물에 흐른다고
정말로 못견디게 서러워 하긴가요
이세상에 태어나 당신을 사랑하고
후회없이돌아가는 이몸은 낙엽이라
떠나는 이몸보다 슬프지 않으리'
가사 자체가 가을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요샛말로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고독과 아픔이 느껴진다. 상대방을 외롭게 하는 이기적인 남자를 사랑하다사랑하다, 이해하다이해하다 지쳐, 결국은 떠나고마는... 떠나면서도 차마 떠나지못하는 어떤 여자의 처연한 뒷모습이 그려지는 이 노래는 가을바람같다.(이 멋진 가사를 쓴 신우철씨에 대해서는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안타깝다.)
1970년대 초반 발표되었으니, 초등학교도 저학년이었던 내가 이 노래의 뜻을 알아서 좋아했던 것 같진 않은데, 아무튼 나는 문정선이라는 가수를 참 좋아했다.
문정선은 노래를 스트레이트로 부른다. 꺾거나 휘거나 안기는 여성스런 느낌은 거의 없다. 표현방식이 '팝적'이다. 그래서 신선했다. 그녀의 시원시원한 창법과 수수한 외모도 좋았다.
문정선은 1970년에 '파초의 꿈'으로 데뷔해서 '나의 노래','보리밭'등의 히트곡을 남겼지만, 결혼과 함께 사실상 은퇴를 했다.
내 기억으론 히트곡이 나올 당시에도 그렇게 활발하게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 회사 오디오 파일에는 두가지 버전의 '나의 노래'가 있는데, 처음 녹음한 것은 짱짱한 문정선의 음색이 신선하지만 너무 앳되서 깊은 가사와는 겉도는 느낌이다. 반면 두 번째 녹음된 '나의 노래'는 확연히 굵어진 음색과 감정표현이 드디어 이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불렀구나 싶다. 무엇보다 기타반주가 일품이어서 기타줄이 뜯길 때마다 가슴도 미어지는것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몇 년 전 '가요무대'에 출연했던데, 사실 문정선이라는 가수와'나의 노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더 맞는다는 생각이다.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을 노래, '나의 노래'...쓸쓸한 가을밤, 한번쯤 들려드리고 싶다.
조휴정ㆍKBS해피FM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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