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유로존 구제금융 계획이 발표되자 세계 금융시장은 안도했지만, 그리스 국민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그리스 재정에 대한 독일의 간섭이 65년 전 아돌프 히틀러 치하 독일 제3제국에 유린됐던 아픈 과거를 되살렸다”고 전했다.
그리스 현지 신문에는 독일 관리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치하의 나치 점령군으로 풍자하는 만평이 등장했다. 팔에 나치를 상징하는 ‘스와스티카(卍)’ 완장을 찬 사람이 무장한 나치군에게 커피를 마시는 그리스인을 고발하는 모습이다. 커피 한 잔 즐기지 못할 만큼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그리스 도심에는 나치 복장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스터가 나붙었다. 친위대 군복에 나치 완장을 찬 메르켈 총리의 옆에는 ‘공공의 골칫거리’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일부 주민은 그리스 고대 관광 명소를 찾은 독일 방문객들에게 적대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교사이자 세 자녀의 아버지인 탄텔리스 아벨로야니스는 “월급이 깎여 대출금을 갚는 것도 벅차다”며 “(구제금융 계획이 발표됐지만) 구제받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의 반응은 시민들과는 판이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 확대와 1,0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에 합의하자 “그리스가 디폴트의 덫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에서 “2001년 당시 준비가 안 된 그리스를 유로존에 받아들인 것은 실수”라며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에 메르켈 총리와 나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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