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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에 초대장 보낸 '흑진주 3남매' 막내 성연이/ "제게 용기 주신 오바마 아저씨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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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에 초대장 보낸 '흑진주 3남매' 막내 성연이/ "제게 용기 주신 오바마 아저씨 보고 싶어요"

입력
2011.10.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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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흑인이라고 놀리는 아이를 때려주려고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어요. 자기들끼리 놀면서 ‘왕따’를 시킬 땐 정말 힘들었고요.”

28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다문화초등학교 지구촌국제학교 4층 강당. 이 학교 4학년 황성연(10)군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저도 커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편지는 성연이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성연이는 2008년 한 방송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진 ‘흑진주 3남매’의 막내. 3년 전 아프리카 가나 출신 어머니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한국인 아버지마저 지난해 9월 목숨을 끊으면서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이 구로구에서 운영하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게 됐다.

성연이가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이 때. 성연이는 “김해성 목사님(지구촌 사랑나눔 대표) 집에서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만화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됐다”며 “우리 어머니처럼 오바마 대통령 어머니도 아프리카 사람이고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교한 지구촌국제학교의 첫 학생회장 선거에서도 성연이는 ‘오바마 연설’로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와 비슷한 조건에 있었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나도 학생들을 위해 훌륭하게 일하겠다”고 약속한 것. 성연이는 경쟁자 4명을 제치고 회장에 당선됐다. 그 후 학생회 친구들과 회의를 하던 중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데 모두 의견을 모았고,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영어 편지도 썼다.

이날 오전 학교에서 편지를 낭독한 성연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금천구 금천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 직원이 “일반 우편으로 보내면 도착하는 데 2주일, 국제특송우편(EMS)으로 보내면 3, 4일 정도 걸리는데 어느 우편으로 보내드릴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입 모아 “빨리 가는 걸로 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사실 학교 측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백악관에 직접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미대사관에서 답변을 주지 않아 직접 편지를 발송하기로 했다.

편지를 보낸 성연이는 “나는 나중에 외교관이 돼서 힘든 사람, 아픈 사람을 꼭 도와주고 싶다”며 “영어와 다른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임인 하미량 교사는 “수업시간에 오바마 대통령 얘기만 나와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실제로 꼭 만나고 싶다며 다들 들떠 있다”고 전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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