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7일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자신의 '대세론'이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이 대세론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대세론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광주 염주동 빛고을 체육관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국민들께서 정치권에 대해 화가 많이 나 계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분을 만나고 또 얘기를 듣고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는 질문에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그 동안 쌓은 정치권의 불신, 그리고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한 배신감, 그리고 생활고를 책임져 주지 못한 무책임 등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40대가 여당에 등을 돌린 것에 대해서는 "지지했다가 실망하면 반대로 돌아서는 것이 민심ㆍ천심이어서 정치권이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어떻게 하면 그 뜻에 부응하고 희망을 드릴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일반 국민, 특히 젊은층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양면성을 띤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사실 부산 동구청장 등 8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완승의 상당 부분은 박 전 대표의 몫이다. 위력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20~40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완패하면서 그 대목은 빛이 바랬다. 수도권 젊은층의 마음을 얻는 일은 대선 길목에서 박 전 대표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임이 다시 확인됐다. 한 친박계 의원은"수도권 젊은층에게 박 전 대표는 영남 지역에 매몰된, 구정치인의 한 명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며 "이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지원 기간에 몇 차례 시도했던 젊은 회사원, 취업준비생,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미뤄온 대학생 등 젊은층의 특강 요청에도 적극 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광주=허경주기자 fair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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