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4.9장, 카드 모집비용 4,000억원대 육박.'(올 상반기)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4.6장, 카드 모집비용 4,777억원.'(2003년 카드대란 직전)
판박이 통계수치가 과거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마구잡이 카드 발급과 출혈 마케팅 등 무리한 외형경쟁이 경기악화에 따른 가계 빚 증가가 맞물리면서 '제2의 카드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군기잡기에 나섰다. 가계 빚이 870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카드 부문이 잘못되면 하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안심이다. 2003년 28%를 넘어섰던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올 상반기 1.74%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1.68%)보단 0.06%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카드대출 역시 소폭이지만 작년보다 줄었다.
그러나 카드대란을 기억하는 전문가들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당시 카드 연체율이 순식간에 몇 배로 튀어 올랐던 걸 감안하면, 현재 연체율이 낮다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란 낙관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신용판매가 카드대출보다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위험자산이 줄었고, 연체비율 역시 사상 최저치라는 점에서 과거 카드대란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만,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각 카드사들은 최신 시스템으로 무장한 위기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신한 삼성 KB국민카드 등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총량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리하는가 하면, 고객 신용도와 결제능력뿐 아니라 사용행태까지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카드는 "금융은 자제의 미학"이라는 정태영 사장의 철학에 맞춰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올 상반기 0.61%)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체 발생 이틀 후부터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고객의 자발적인 상환을 유도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우량 고객위주 영업을 위해 신규발급 기준 신용도를 높이고, 연체율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한도 조정을 하고 있다.
잇따라 터진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카드사의 또 다른 멍에다.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카드사 입장에서 개인정보 수집은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잘 관리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의무다. 카드사들은 불미스런 사건을 계기로 정보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카드사들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부여해 담당직원이 아니면 고객정보관련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외부로 파일이 유출될 수 있는 모든 인터넷 경로를 차단했을 뿐 아니라 출력물도 감시하고 있다. 전 직원에 대한 보안교육은 기본이다.
비씨카드는 X-레이 검색대를 설치해 혹시 모를 각종 정보의 외부 반출을 통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말 고객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등 직원 PC에 있던 개인정보를 모조리 없앴다. 삼성카드는 부서장이나 팀장의 결재가 있어야 고객정보를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일반 프린터도 사원증을 접촉시켜야만 작동이 된다. 현대카드는 카페 블로그 웹하드 등 공유사이트 접속을 원천 차단하고, 전 직원의 온라인 글쓰기 등에 대해서 전문 보안요원들이 상시 감시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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