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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내 삶, 내가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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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내 삶, 내가 바꾸기

입력
2011.10.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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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시민이 곧 시장' 되는 서울시,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라는 캠페인이 뇌리에 남는다. 선거가 마무리되면 선거과정을 복기하면서 승리와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또한 선거 결과의 의미를 논하기도 하고,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점쳐보기도 한다. 특히 10ㆍ26 재 보궐선거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선거였기에 정치권은 선거의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야권의 정치세력들은 선거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앞으로의 선거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현역 국회의원과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정치신인들 역시 개인적 차원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고심할 것이다.

유권자 스스로 민심을 읽는 기회

그런데 막상 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주체는 정치권에서 그치고 있다. 결국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분석하고, 다음 선거를 위해 전략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선거가 마무리 된다면 유권자는 늘 수동적 행위자로 머물 수 밖에 없다. 민주사회에서 선거의 기능은 유권자 다수의 정치적 견해로 대표자를 선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호와 갈등의 상황은 이러하니 이제 대표로 선출된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그 갈등을 치유해보라는 식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현대정치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치권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종종 갈등을 이용하고, 증폭시켜왔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면, 갈등의 성격과 갈등 치유의 방법을 고민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민주시민의 덕목이다. 즉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주체는 바로 그 민심의 주체인 시민이요, 유권자 자신들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나타난 갈등 양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이웃이 왜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진정성을 갖고 살펴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끈기 있는 소통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두드러진 갈등은 역시 세대 갈등과 빈부의 갈등이다. 갈등의 성격으로 보아 쉽게 치유하고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로 미적미적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될 갈등이다. 서울시민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며, 서서히 진행되는 갈등이 아니라 급속히 심화되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과거 어려웠던 시기에 고생했던 경험담을 내세워 젊은이들에게 인내를 강요하고, 그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꿀 수 없다.

20대, 30대 젊은 세대들에게 보릿고개와 가발 수출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이 처한 일자리 문제와 고용불안, 젊은 부부의 육아와 안정적 삶의 보금자리를 함께 숙고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한 문제들이 젊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빈부의 문제 역시 함께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갈등은 주체적으로 풀어 나가야

강남과 강북을 나누고, 부촌과 가난한 동네를 나누어 덕을 보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역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안이라기보다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적정한 타협의 정책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갈등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원순 시장의 선거 캠페인처럼 '우리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었다고 상정하면, 결국 '내 삶을 바꾸는 것을 나 자신' 인 셈이다. 박원순 시장의 도움을 기대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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