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웨스트해리슨의 한 거리에서 가로수 수십 그루가 폭설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쓰러지자, 구조대원들이 쓰러진 나무 더미 안에 갇힌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인구 6,000만명이 밀집한 미국 북동부 지역에 때이른 폭설이 쏟아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최소 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전쟁(1861~65년) 직후인 1869년 이후, 뉴욕 지역에서 10월에 이런 규모의 눈이 온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이번 폭설은 이례적이다.
CNN방송 등 미국언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등 북동부 주에 최대 40㎝의 폭설이 내렸다. 뉴욕시에도 3㎝ 안팎의 눈이 쌓여 1896년 관측 시작 이후 10월 적설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네티컷주는 45.72㎝의 적설량을 기록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 일부 지역에도 각각 40㎝, 25㎝ 이상 폭설이 쏟아져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기습 폭설에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84세 주민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나무가 집을 덮치면서 즉사했다. 코네티컷주에서도 눈길에 미끄러진 교통사고로 한 명이 사망했고 매사추세츠주에서는 20세 남성이 강풍으로 절단된 전력선에 감전돼 목숨을 잃었다.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도로와 철도, 항공 교통도 큰 차질을 빚었다. 뉴저지주 국내선 항공편이 30일 오후 모두 결항했고 코네티컷주도 항공기 23편이 운행을 중지했다. 필라델피아와 해리스버그를 잇는 열차편이 운행을 중단하는 등 철도 운행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폭설로 곳곳의 전력선이 무너져 뉴저지주 71만명, 뉴욕주 33만명 등 230여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폭설이 쏟아진 지역의 상당수는 7월 허리케인 아이린이 강타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뉴욕국립기상청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찬 공기가 북동부 지역으로 밀려오면서 대서양 상공의 열대성 수증기와 만나 눈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 뉴저지주 일부 지역에는 30㎝의 추가 강설이 예보됐고, 수십년 만에 10월 강설을 기록한 뉴욕 맨해튼 지역에도 앞으로 최대 25㎝의 눈이 더 올 예정이다.
갑작스런 폭설에 월가 시위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프로판 가스통과 휴대용 발전기를 소방 당국에 압수당한 시위대는 맨해튼 주코티공원에 설치한 텐트 수십동이 폭설에 무너지자 방수포로 덮은 간이부엌 등에서 폭설을 피하고 우산, 담요, 따뜻한 음료 등을 나누었다.
월가 시위대 대변인 저스틴 스톤 디아즈(38)는 "본격적인 폭설이 시작되면 시위대가 다소 위축되겠지만 우리는 겨우내 여기에 머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로버트 그로트(24)도 "눈과 추위를 견디고 나면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며 "눈보다는 정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도 시위대 수십 명이 "우리는 춥고, 젖었다. 빚을 탕감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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