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풀기 위한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임에 틀림없다.
정상 합의 사항 중 시장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그간 규모 확대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온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국가들이 국채를 발행할 때 EFSF가 일정 비율(20~30%)만 보증해줌으로써 가용재원을 4~5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EFSF 안에 별도 특수투자법인(SPIV)을 설립해 위기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병행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EFSF 확대는 유럽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리스 국채 손실률(헤어컷)을 50%에 합의한 것을 두고도, 최윤찬 한국은행 국제모니터링팀장은 "독일과 프랑스 등이 대의를 위해 한발씩 양보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시장은 위기 타개를 위한 유럽정상들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일본 미즈호 트러스트앤드뱅킹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유럽의 대응 지연이었는데 이번에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물론 이제 첫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큰 틀의 합의를 세부적인 시행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EFSF의 보증을 통한 손실보전 비율이 낮을 경우 채권 투자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특수투자법인도 투자자 유치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 "그리스 국채 손실률 확대가 민간 채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실히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등의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에 대한 재정긴축 강화 요구도 이탈리아 연정 내부 반발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해법일 뿐,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 해소책은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실장은 "정상회의 합의 사항이 모두 이행된다 해도 근원 해법인 유로본드 발행, 세금 통합 등을 통한 유로존 재정통합 논의로 이어지면서 더 큰 진통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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