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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서울의 미니학교' 전학오고픈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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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서울의 미니학교' 전학오고픈 학교로

입력
2011.10.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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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사라질뻔했던 서울 도심의 소규모 학교가 전학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교동초등학교. 1950년대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4,000~5,000명에 달했다. 1894년 국내 최초의 초등학생 교육기관인 관립교동왕실학교란 명칭으로 개교한 이래 윤보선 전 대통령, 소설가 심훈, 아동문학가인 윤석중 등 근·현대 유명 인사들을 여럿 배출했다.

이런 서울 한복판'명문 초등학교'에 위기가 닥쳤다. 저출산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다. 학생 수는 계속 줄어 어느새 1~6학년까지 총 6학급, 전교생은 100여명이 남았다. 폐교 직전의 시골학교를 연상케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이유남 교동초 교감은 "당시 언제 학교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학교 회생에 의기투합한 오장길 교장과 이 교감은 "소규모 학교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때부터 눈물 겨운 학교 살리기가 시작됐다. 액션 플랜은 '자기주도학습'과 '운동'으로 정했다. 당장 오 교장은 아침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과 동네 골목을 뛰며 하루를 시작했다. 자전거도 탔다. 마침 '해양교육시범학교'로 지정돼 학생들이 스킨스쿠버, 요트, 래프팅 같은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

학부모들도 팔을 걷었다. 교동초는 학생 수가 적어 방과후학교 강사를 구하기 힘들었을 뿐더러 교장과 교감을 제외한 교사가 9명뿐이라 인력이 크게 부족했다. 이를 돕기 위해 학부모들은 방학 동안에도 기꺼이 사서 교사를 자처했고, 체험학습 땐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을 인솔했다. 한 학부모는 자전거 반의 보조 강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이 교감은 학부모 16명을 상대로 진행중인 '교육 코칭' 과정이 끝나는 대로 이들 중 일부에게 방과후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의 예습·복습을 지도하도록 권유할 계획이다. 논술, 음악, 미술 등 학부모 개인 재능을 활용한 방과후교실도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학교 차원의 가족체험도 확대됐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버스 4~5대로 한번에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부모 정명희(41)씨는 "아이가 전교생 500~600명이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왔는데 교동초는 학교가 소규모다 보니 학부모들끼리 유대감도 높고, 선생님들도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격과 환경을 꿰고 있어 교육 만족도가 크게 높다"고 말했다.

교동초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소문이 나면서 올해만 28명이 전학을 왔다. 다른 학군에서 전학오겠다는 대기자들도 생겼다. 작년 말 학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아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크게 고무돼 있다. 이 교감은 "경제 논리로 본다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작은 학교지만 전 학년이 모두 형제 처럼 지낸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작은 학교의 특징을 살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더욱 밀착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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