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 닥치면 환자와 가족은 절망부터 한다. 느닷없이 닥친 불행이라고만 여기고 무조건 유명한 병원부터 찾는다. 하지만 이 모두 오해다.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유경호 교수는 "뇌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뇌졸중은 치료도 예방도 얼마든지 가능한 병"이라고 말한다.
사실 뇌는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20여 년 전만 해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경과학의 발달로 '뇌졸중=불치병'이란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발병 후 빠르면 수일에서 수주, 길게는 2년 정도 뇌 기능이 회복되는 단계를 거쳐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손상된 뇌세포가 되살아나서가 아니다. 손상 부위 주변의 정상 뇌세포가 기능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급성기의 고비를 넘겼는데 일부 장애가 남아 있어도 환자 자신의 노력에 따라 회복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치료 가능 여부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초기 응급대처다. 환자를 무조건 병원으로 빨리 데려가는 것이다.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거나 팔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 집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 발병 후 2,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손상 부위 주변의 뇌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며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고 회복도 앞당길 수 있다. 2, 3시간이 지나버리면 주변 뇌세포까지 손상될 위험이 크다.
일단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가야 한다. 해당 병원 의사의 판단으로 필요한 응급시스템이 갖춰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도 있으니 직접 큰 병원, 유명한 병원을 찾는다고 머뭇거려서는 절대 안 된다. 간혹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약을 집에서 먹이기도 하는데, 자칫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가락을 바늘로 무분별하게 따다가 염증이 생겨 치료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 뇌졸중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등을 일찍 발견해 치료를 받고,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비만이 되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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